시작하기 앞서
- 본 포스팅은 言語学な人々 Annex Advent Calendar 2024에 참가하여 작성함을 알려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포스팅은 2022년 학부생 시절에 작성한 발표자료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 일본어로 번역된 게시글도 포스팅하오니 참고바랍니다.
-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틀린 부분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의미의 합성성* 원리 (principle of compositionality)
*조합성 또는 구성성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난생 처음 들어본 문장을 이해할 수 있고, 또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우리는 유한한 단어로 무한에 가까운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의미의 합성성에 있다.
바로 단어와 단어를 조합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때 조합된 단어의 의미는 각 단어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이것이 의미의 합성성 원리이다.
얼핏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 원리이지만, 정말 그럴까?
단어와 단어가 더해졌는데, 각 단어의 의미를 벗어난 새로운 의미를 띄지는 않을까?
예를 들면, 검은 돈을 생각해보자.
물론 말 그대로 검은색 돈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의미한다.
모순이라는 단어는 어떠한가? 논리가 맞지 아니한 것을 우리는 모순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모와 순은 창과 방패이다. 의미를 만드는데 유래했을지는 몰라도 창과 방패라는 의미가 모순이라는 단어에 담기지는 않는다.
이처럼 의미의 합성성은 깨어질 때가 있다. 이렇게 깨어지는 말들을 관용표현이라고 부른다.
1. 관용표현의 범주
앞서 말한 관용표현이라는 말은 사실 그 범위와 용어가 달라지곤 한다. 숙어, 관용구, idiom이라는 여러가지 용어가 존재하고, 각 정의와 포함하는 범위가 연구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숙어, 속담 등을 포함하여 본래의 의미와 달라지는 표현들을 편의상 관용표현으로 지칭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관용표현에는 어떠한 것들이 속할까.
협의의 관용표현
우선, 좁은 의미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 속담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 숙어
- 김칫국 마시다
- 비행기 태우다
- 사자성어
- 일석이조
- 사면초가
광의의 관용표현
폭넓게 적용하면 아래와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 인삿말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간접화행표현
- 안 춥니? = 창문 좀 닫자 (겨울), 에어컨 끄자 (여름)
- 완곡어법
- 손 씻는 곳이 어디예요? = 화장실 어딘가요?
- 비논리적인 표현
- 더럽게 깨끗하다 = 지나칠 정도로 깨끗하다
2. 연어와의 차이
연어(collocation)란
단어 중에서는 특정한 결합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나이라는 단어는 많다와 결합하지만, 높다와는 결합하지 않는다.
반대로 연령이라는 단어는 높다와 결합하지만, 많다와는 결합하지 않는다.
연어와 관용표현의 차이
이처럼 연어는 단어가 연결되어 표현된다는 점에서 관용표현과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맥락과 결합하여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 한, 나이가 많다는 말은 말 그대로 “나이가” + “많다”를 의미한다.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 실제로 손에 장을 지진다는 의미가 아닌 것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3. 관용표현의 분류
통사적인 구분
문장은 구와 절로 나누는 것을 영어 시간에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관용표현도 나눌 수 있다. 한국어 예시로는 이미 익숙해서 관용표현이라는 느낌이 덜 들 수 있어, 루마니아어 예시를 추가하였다.
- 단어 : 관용어
- 밤낮 = 매일
- Calea-lapteleui (우유 길) : 은하수
- 구 : 관용구
- 우물 안 개구리
- obraz de scoarță (나무껍질 같은 얼굴) : 철면피
- 절 : 관용절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 ca și cum ai lua bomboana unui copil
- 문장 : 관용문
- 빈 수레가 요란하다.
- Cine vrea miezul, să spargă nuca. (가운데를 원하는 자는 호두를 깨야 한다.) =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 숙어와 구별되는 속담의 특징 : 속담은 문장체로 된 경우가 많다.
투명성 (Semantic transparency)
관용표현의 의미가 각 단어의 개별적 의미의 합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 투명한 것 : 관용표현X
- a bea cafea (마시다 + 커피) : 커피를 마시다
- 일반적인 표현으로 관용표현이 아니다.
- 반투명한 것
- 고개를 젓다 : 거절하다
- a avea ochi roși ca de iepure (토끼 눈 처럼 빨간 눈을 가지다) : 술에 취해 눈이 빨개지다
- 각 단어의 의미의 합과 멀지 않아 처음들어봐도 이해하기 쉽다.
- 보통 직유와 같이 직접적인 비유가 많다.
- 불투명한 것
- 시치미 떼다 : 거짓말하다
- a se simți cu musca pe căciulă (모자 위에 앉은 파리를 느끼다) :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
- 각 단어의 의미의 합과 멀어져 처음 들었을 때 그 뜻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 은유와 같이 간접적인 비유 표현이 많다.
- 반불투명한 것
- 귀를 기울이다 : 말에 집중하다
- 반투명과 불투명 사이
-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말을 삼가겠다.
4. 관용표현의 특징
관용표현 중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것이 많다. 다만, 모든 관용표현이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의미의 중의성
김칫국 마시다
- 김칫국을 마시다
-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헛된 희망을 품다
이처럼 김칫국 마시다라는 표현은, 실제로 김칫국을 마시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보통 투명한 관용표현이 중의성을 가진다.
- 반투명 : 배가 아프다
- 반불투명 : 우물 안 개구리
- 불투명 : 시치미 떼다
아래는 이러한 중의성을 활용한 루마니아의 인터넷 유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다.
왼쪽
într-o ureche
(한쪽 귀로) : 미치다
- 한 쪽 귀만 있으면 마스크를 쓰지 마십시오.
- 당신이 미쳤다면, 마스크를 쓰지 마십시오.
오른쪽
ca nuca în perete
(벽에 박힌 호두처럼) : 부적절하다
- 당신이 벽에 박힌 호두처럼 운전하는 순간
- 당신이 부적절하게 운전하는 순간
고정성
관용표현을 구성하는 단어를 다른 동의어나 유의어로 바꾸면 의미를 상실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태우다는 표현에서 비행기를 여객기로 바꾸거나 태우다를 탑승시키다로 바꾸면, 추켜세운다는 의미가 사라진다.
- 비행기 태우다 = 추켜세우다
- 여객기 태우다
- 비행기 탑승시키다
이러한 특성은 해당 표현이 관용표현인지를 확인하는 방법(검진법)으로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연어인 “몸무게를 재다”는 표현에서 몸무게를 동의어인 체중으로 바꾸어도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 몸무게를 재다
- 체중을 재다
번역불가성
한 언어의 관용표현은 대체로 해당 국가 내부에서 탄생하여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므로 각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그 의미가 사라지고 만다.
예를 들어, 발이 빠르다라는 표현을 그대로 루마니아어로 번역하면 행동이 빠르다는 의미는 사라지고, 오로지 걸음이 빠르다는 의미만 남는다.
번역불가성의 예외
하지만 번역불가성에 예외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의 관용표현이 다른 나라에 전달되거나, 우연찮게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입에 오르다는 표현은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그대로 관용적 의미를 가진다.
- 입에 오르다 (한국어)
- 口に上る (일본어)
- 上口 (중국어)
또한 번역차용의 경우도 있다.
철의 장막의 경우 그대로 영어와 루마니아어로 번역해도 1918년 유렵의 경계를 의미한다. 이는 철의 장막을 각 언어에서 그대로 번역하여 가져온 말이기 때문이다. 이를 번역차용이라고 한다.
사회문화적 요소
관용표현에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요소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랴”는 말에는 장을 담그는 한국의 음식 문화가 담겨 있다.
또한, “보릿고개”에는 가을에 추수한 쌀이 바닥나고 보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한국의 역사적 상황이 담겨 있다.
반대로, zgârie-brânză (치즈를 긁다 : 인색한 사람, 구두쇠)라는 루마니아의 관용표현에는 치즈에 익숙한 유럽 문화가 나타나 있다.
아래는 루마니아어 관용표현을 나타낸 유튜브 영상이다. 재미있는 표현이 많으니 퀴즈라 생각하고 풀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39Fam-sd7WU
참고문헌
단행본
- 문금현, 『국어의 관용 표현 연구』 (국어학회, 1999)
학술지 논문
- 황정남, 「한국어와 루마니아어의 비유적 관용어 비교연구」, 『동유럽발칸연구』 제 19호, 2007.
- 김정환, 「유형과 형태로 본 루마니아 동물속담 분석」, 『외국문학연구』 제 41호, 2011.
- 엄태현, 「루마니아어와 한국어 속담에 대한 의미론적 고찰」, 『동유럽발칸연구』 제 12권 제 2호, 2004.
- 김정환, 「루마니아 속담에 나타난 동물의 상징과 민속학적 수용」, 『동유럽발칸연구』 제 39권 제 4호, 2015.
- 權益湖, 「일본어형 관용어 차용에 관한 小考」, 『일어일문학』 제 14권, 2000.
학위논문
- 조승화, 「관용표현의 범주와 유연성」, (석사학위논문, 강릉원주대학교 교육대학원), 2008.
- Maria-Daniela Tudor, 「"WHAT DO YOU MEME?"-REPREZENTAREA VIZUALĂ A EXPRESIILOR IDIOMATICE ÎN MEMELE DE PE INTERNET」, (박사학위논문, University of Bucharest), 2022.
웹사이트
- Wikipedia, “idiom”(검색일 : 2022.06.08)
https://en.wikipedia.org/wiki/Idiom - Youtube, “15 ROMANIAN Sayings That Sound Really Funny In English” (검색일 : 2022.06.09)
https://www.youtube.com/watch?v=39Fam-sd7WU - SHITIU, “De unde vine expresia „teoria chibritului”?” (검색일 : 2022.06.10)
https://www.shtiu.ro/de-unde-vine-expresia-teoria-chibritului-107902.html - Primul in Moldova, “Voronin, către Spinu: Dă nasul in jos și apucă-te de lucru” (검색일 : 2022.06.11)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primul.md%2Fvoronin-catre-spinu-da-nasul-in-jos-si-apuca-te-de-lucru&psig=AOvVaw2Yu5jY9IarDVgzwJRtUCZw&ust=1655213558047000&source=images&cd=vfe&ved=0CAoQjhxqFwoTCLjIsZPFqvgCFQAAAAAdAAAAABAD - https://www.weblio.jp/content/慣用表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