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모어 화자의 일본어 발음 및 인토네이션과 그 경향성
2020.01.01
서론 : 발음과 인토네이션(억양)의 중요성
한국인들 사이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를 예시로 들며 발음 보다는 의사소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더 나아가 발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여럿 보이는 바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물론 의사소통은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소통은 되냐 안되느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이 "잘"이루어지느냐 잘이루어지지"못"하냐의 문제이다. 즉,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문제없다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발음과 인토네이션은 어휘 못지 않게 이 의사소통에 깊이 관여한다. 발음이 어눌하여 알아듣기 힘들었던 적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올바른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은 듣는 사람이 딱히 주의깊게 듣거나 노력하지 않더라도 쉽게 알아듣고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어 발화의 경우 어휘와 문법구조가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특유의 리듬과 모어간섭으로 인한 발음왜곡이 간여하면 이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바른 발음과 인토네이션은 첫인상과 같다. 미팅에서 아무리 얼굴이 잘생겼더라도 입은 옷차림이 촌스러우면 평가가 떨어지는 것을 생각해보라. 금융회사 면접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가는 것과 같이, 아무리 언어실력이 뛰어나고 어휘력이 출중하고 문법구조가 완벽하더라도 발음과 인토네이션 면에서 모어간섭이 두드러지면 신뢰성을 얻기 힘들다. 발음과 인토네이션은 언어실력에 신뢰성을 더해주는 요소이다.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의사소통 상대가 느끼는 본인의 언어실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뉴스 아나운서가 정형화된 한국어 발음을 구사하는 이유를 잘 떠올려 보면 비언어적 요소인 발음과 인토네이션이 얼마나 신뢰성을 더해주는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Ⅰ 발음
1. つ
한국인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발음이 바로 つ이다. 흔히들 쓰, 쯔, 츠, 쮸, 츄 등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つ가 무성 치경 파찰음이라면 ㅆ, ㅆ는 같은 치경음이지만 마찰음이고 ㅉ,ㅉ,ㅊ는 같은 파찰음이지만 치경음이 아닌 경구개음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글로 나타낼 수 없는 발음인 것이다. 올바르게 つ를 발음하려면 언어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나마 유사한 마찰 치경음 「쓰」와 파찰 경구개음 「츠」의 중간발음을 시도해보라.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혀의 위치를 ㄴ발음과 유사하게 두고 츠에서 혀끝은 경구개가 아닌 치경(잇몸) 쪽으로 조음위치를 이동시키면 된다. 어렵더라도 올바른 つ발음은 고급진 일본어 발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므로 연습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의 일본어가 유아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바로 이 つ 발음의 오류가 크다. 귀엽게 느껴진다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은 아이유가 아니다. 다 큰 성인이 「오빠! 나 띠드버거 먹고 싶어요. 나 띠드 대따 좋아하는 거 알지? 내 껀 띠드 2쟝~」 이런 발음을 한다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당연하다.
2. 유성음의 무성음화
한국어와 달리 일본어에서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대립이 변별적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는 한국인이 일본어를 말할 때 ざ행 뿐 아니라 어두에 오는 탁음 전반에서 유성음인 탁음을 무성음화해버린다는 것이다. 청음의 유성음 (あ行, な行, ま行, や行, ら行, わ行)의 경우 무성음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애초에 한국어의 비음(ㅁ,ㄴ,ㅇ)와 탁음(ㄹ)은 유성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탁음의 경우 같은 유성음이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은 가장 가까운 무성음을 찾아 발음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가 두드러지는 ざ행(ざ, じ, ず, ぜ, ぞ)의 경우 영어의 z발음에 근거해 발음해 본다면 쉽게 교정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발음할 수 있는 것과 그렇게 발음을 해나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발음할 때 마다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머지 탁음의 경우 앞에 「윽」을 실제로 발음하지 않고 조음하려는 상태에서 탁음을 발음하면 훨씬 자연스러운 유성음 발화가 가능하다.
3. 어두 청음의 경음화와 어중 청음의 유성음화
한국어에서는 특정자음은 평음(예사소리), 경음(된소리), 격음(거센소리)로 나뉜다. ㅈ의 경우 ㅈ은 평음, ㅉ은 경음, ㅊ은 격음이 된다. 그런데 「낑깡(きんかん)」, 땡깡(てんかん)과 같이 본래 평음에 가까운 어두 청음을 경음화하거나 격음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음화하는 경우는 이전 외래어표기의 영향으로 어르신 분들의 일본어 구사에 자주 드러난다. 그리고 앞에서 어두 탁음이 유성음화하는 경우와 반대로 한국어 모어 화자는 어중 청음은 무성음화시키는 발음적 경향이 있다. 「かんこく(韓国)」를 「かんごく(監獄)」로 발음하는 등의 예가 그러하다.
촉음의 첨가
한국인 가수들의 일본어 노래나 한국인 배우의 일본어 연기를 들어보면 두드러진 특징이 바로 중간에 촉음을 넣어버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레가 키타(俺が来た)」의 경우 「오레가 킷타(俺が切った)」로 발음한다. 발음상의 문제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의미까지 변해버린다는 것이다. 전자는 내가 왔다는 의미인 반면 후자는 촉음으로 인해 내가 잘랐다(목적어의 부재로 어리둥절하게 된다)라는 의미가 된다. 비슷한 예로 「아나타(あなた)」의 경우도 흔히 「아낫따」와 같이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모음의 원순화
발음문제에 있어 비교적 많이 언급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한국어와 일본어의 모음차이이다. 일본어의 あ行을 그대로 한국어 아, 이, 우, 에, 오로 발음하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발음이다. 한국어는 일본어에 비해 원순발음이다. 한국어 「우[u]」는 원순 후설 고(협)모음이다. 반면 일본어의 「う[ɯ]」는 비원순(평순) 후설(중설에 가까운 후설) 고(협)모음이다. う를 발음할 때에는 한국어 우보다 입술을 덜 동그랗게 만들고 조음을 조금 뒤에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우」와 「으」(「う」는 완전 평순은 아니다)의 중간발음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이다. 다만 「う」 앞에 /s/, /z/, /t/가 올 경우 (す, ず, つ) [u]가 아닌 변이음(환경에 따라 음소가 다른 발음)[ɨ]이 나타나 「스」, 「즈」, 「츠」가 된다. 「う」뿐만 아니라 「あ」는 「아」보다 조금 더 저모음이거나(입을 「아」가 더 크게 벌린다), 「え」는 「애」와 「에」의 중간발음이라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발음에 그다지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지는 않는다. (「아」나 「에」로 발음해도 큰 문제는 없다)
변이음 「ん」, 「っ」
변이음의 ん과 っ의 경우 일본어에선 음성적으론 다르지만 같은 음운(변별적인 기준으로 나누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すし」를 「수시(일본인은 발음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와 「스시」로 각각 발음해도 일본어에서는 음성적으론 다르지만 똑같이 すし로 알아듣게 된다. 이는 [ɯ]와 [u]와 [ɨ] 각각 다른 음성을 일본어에서는 같은 음운 /u/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인 반면 한국어에서는 음성적으로는 물론 음운론적으로도 다르다. 따라서 ん 하나가 여러 발음이 나온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하나의 발음으로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도 변이음은 존재한다 「ㅂ」과 「ㄱ」과 같이. 다만 음운론적으로 같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외국어의 시각에서야 다른 발음이 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변이음 ん의 경우 치음과 치경음인 た行, だ行, さ行, ざ行, な行, ら行 앞에는 치경 비음인 ㄴ[n]으로 발음되고, 양순음인 ま行, ば行, ぱ行 앞에서는 양순 비음인 ㅁ[m]으로 발음하며 연구개음 か行, が行 앞에서는 연구개 비음 ng[ŋ]으로 발음한다. 그런데 あ行, は行, や行, わ行 앞 또는 어말에서는 구개수 비음 [ɴ]으로 발음하는데 문제는 이 구개수 비음이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대한 발음하려면 연구개 비음에서 말 그대로 혓바닥을 구개수 즉, 목젖에 가깝게 넣어 발음하면 된다. 한국어에 없는 발음이므로 연습이 조금 필요하다. 변이음 「っ」의 경우 한국어 외래어 표기법상 모두 ㅅ으로 표기하지만 ん과 마찬가지로 뒤에 어떤 발음이 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조금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뒤에 오는 자음을 그대로 더해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いっかい (ikkai) 잌카이 いっぱい (ippai) 입빠이 いったい (ittai) 읻타이 (한국어에서 받침 ㅅ, ㅆ, ㅈ, ㅊ, ㄷ, ㅌ의 경우 한국어발음규칙상 ㄷ발음을 한다) いっさい (issai) 잇사이 변이음을 상황에 맞게 정확하게 발음한다면 더욱 자연스러운 일본어 발화가 가능하다.
Ⅱ 인토네이션
1. 음의 고저 (악센트)
평탄화 경향이 뚜렷한 한국어와 다르게 일본어(도쿄를 중심으로 한 공통어 기준)는 음의 높낮이가 중요할 뿐더러 단어의 의미도 구분한다. 같은 あめ이지만 비를 뜻하는 雨는 HL(고저)이고 사탕을 뜻하는 飴는 LH(저고)이다. 단어의 악센트는 크게 4가지로 나누는 데 1. 두고형 HLL 2. 중고형 LHL 3. 미고형 LHH+L(조사) 4. 평탄형 LHH+H(조사) 다음과 같다. 이를 보면 일본어 악센트 특징이 나타나는데 첫번째는 첫음과 두번째 음의 악센트는 무조건 다르다. 두번째는 한번 내려간 악센트는 다시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두번째 규칙이 단어간의 결합으로 한 단어가 탄생했을 때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 들어 「でんわ」(LHH)와 「ばんごう」(LHHL)이 만날 경우 「でんわばんごう」는 LHHLHHL이 아닌 LHHHLLL으로 악센트가 변한다. 「切ってください」와 「切手ください」는 똑같이 발음이 「きってください」이지만 고저에 따라 전자는 "잘라주세요"를 의미하고 후자는 "우표주세요"를 의미한다. 이처럼 악센트는 모음과 자음의 수가 적어 동음이의어가 많은 일본어에서 의미를 구분하게 해주기 때문에(문자생활에서는 한자가 그 역할을 한다) 의식적으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 단어 뿐 아니라 문장에서도 고저는 존재한다. 한국어의 경우 그 경향이 어절 끝이 올라가는 반면 일본어는 전반적으로 へ의 형태로 LHL 높낮이를 갖는다.
2. 한국식 박자 (모라)
일본인의 한국어 발화에서 받침을 하나의 박자로 발음하는 것과는 반대로 한국인은 모어간섭으로 발음(撥音)과 촉음을 받침화시켜버린다. 2박자(일본어에서는 모라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하 모라)로 발음하는 것을 1모라로 발음해버리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본인이 흔히 「감사합니다」를 「가무사하무니다」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일본어 체계에서는 후자가 정확한 발음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어를 발화할 때 일본어 모어화자에게 모어간섭이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일본어를 발음할 때는 발음(ん)과 촉음(っ)도 하나의 모라를 가져야 한다. 本来(ほんらい)의 경우 「홀라이」가 아닌 「호ㄹ라이」와 같이 정확히 1박까지는 아니더라도 0.5박 이상의 길이를 부여해야 한다. もっと또한 「못또」가 아닌 「모ㅅ또」가 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음의 무시도 자주 일어난다. 도쿄의 경우 とうきょう이므로 요음을 뺀 총 4모라로 토-쿄-로 발음해야 한다. 장음도 하나의 모라를 가진다.
3. 음의 분절화
일본어가 상대적으로 연음이 빈번한 여타 서양어들에 비해 발음면에서 쉬운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딱하게 하나하나 분절화해서 발음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의 경우 발음을 한음한음 스타카토와 같이 정확하게 발음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어 조차 연음이 있다. 「한국어」만 해도 [한구거]와 같이 발음되지 누가 한/국/어 이렇게 딱딱하게 발음한단 말인가. 하지만 일본어에서는 한/국/어와 같이 발음하는 경우가 너무 빈번하다. 인토네이션은 피아노 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음한음 정확하게 치면 한음한음 또렷하게 들리겠지만 악센트나 리듬감이 사라지고 만다. 결국 치는 사람도 지치고 듣는 사람도 지치게 된다.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부분은 부드럽게 넘어가야 한다. 하나하나의 음에 힘을 주어 말하는 것은 마치 초등학생이 "안!녕!하!세!요! 저!는! 일!학!년! 2!반! ○○○ 입!니!다!!!"와 같이 또박또박 자기소개하는 느낌을 준다. 자연스럽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단어를 통해 보자면 学生, 洗濯機의 경우 표기는 「がくせい」, 「せんたくき」이지만 실제로 발음은 「각세이」, 「센탁키」가 된다. 이는 か行, さ行, た行, は行, ぱ行 앞이나 어말에 같은 행의 い, う발음이 올 경우(き, く, し, す, ち, つ, ひ, ふ, ぴ, ぷ) 무성화되어 묵음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니다」를 뜻하는 「です」를 「desu」라고 발음해버리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des」로 뒤의 「u」를 가볍게 생략하는 편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결론 : 무엇이 문제인가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여타 외국어들은 발음교육을 철저히 받는 편(중국어나 영어와 같이)이지만 언어학적으로 비슷한 일본어는 발음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재해왔다. 어휘를 익히고 한자를 외우기에 급급했지 발음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과정은 다소 소홀히 해왔던 것이다. 발음도 비슷한 면이 많아서 조금 다른 부분 마저 한국식으로 발음하고 한국어식 억양으로 발화하다보니 일본어 상급자에 N1을 취득한 사람이라 해도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발음부터 인토네이션까지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100명의 일본어 학습자 중에 발음과 인토네이션이 제대로 된 사람은 한두명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었다. 발음과 학습기간은 비례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발음이 좋은 사람은 모두 뛰어난 일본어 실력을 갖추었지만 뛰어난 일본어 실력을 갖추었다 해서 발음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조금 당황스러운 것은 자신의 발음과 인토네이션에 전혀 문제를 느끼고 있지 않으며 자신의 일본어 실력은 네이티브급이라고 자랑하는 경우였다. 외국어 회화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 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감은 "틀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이고 자만은 "나는 틀린 것이 없다"고 믿는 고집이다. 외국어 학습에 자신감과 겸손은 같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상보적 관계에 있다. 발음과 인토네이션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회회를 하되 잘못된 것은 수용하고 고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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