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워
printf("\"Tokyo Tower\" este un blog din dragoste pentru călătorii și cafea")
기억의 조각
728x90

 

기억의 조각이 해변의 조개껍데기처럼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진혁이 에노시마에 온 것은 입대하기 전 마지막 여행으로 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 찾은 에노시마는 조금은 그대로였고, 조금은 바뀌었을테지만 진혁은 그 바뀐 부분을 눈치챌 수 없었다.

 

그야, 기억이 깨진 유리조각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더 이상 그 조각을 모아 온전한 기억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함 없는 건 그 때도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방문했다는 점이고, 달라진 건 그때와 달리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돈이 아까웠을지도 모르고, 그때는 헤어짐의 여행이었지만 지금은 재회의 여행이기 때문에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곳을 느껴보겠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어둠이 찾아온 에노시마는 햇빛과 함께 인적도 사라져갔다. 특별 요금을 더해 들어온 전망대는 노을을 찾아온 관광객과 커플들로 조금 북적였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망대는 진혁과 달, 둘만의 공간이 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 없었던 에노시마와 달리, 달만큼은 변함 없이 진혁을 비추고 있었다. 2층에 올라가니 진혁과 바다를 가로막는 유리창이 사라졌고, 거친 파도소리가 진혁의 귀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새들을 보며, 진혁은 자유로움과 동시에 너무나도 자유롭기에 방황하는 새들을 생각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자유를 추구하지만, 그런 강박 자체가 우리를 자유롭지 않게 만드는 건 아닐까. 세상 많은 것이 무언가를 목표로 할수록 오히려 목표에서 멀어지고 만다.

 

진혁은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며 혁명을 일으킨 독재자들 몇명을 머릿속에서 떠올렸고, 이내 지워버렸다.

 

걷잡을 수 없는 상념을 뒤로 하고, 진혁은 하나둘 조명이 들어온 정원을 지나쳐, 왔던 길을 내려왔다. 그 와중에 마음에 드는 엽서 몇장을 샀고, 5년 전과 달리 현금이 아닌 QR코드 결제로 가뿐히 계산을 마쳤다.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동전을 동정하면서 말이다.

 

후지사와 역으로 가는 노면전차에는 하교하는 학생들과 관광객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일상과 비일상이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바삐 역으로 옮겨졌고, 역에는 급격한 일상의 유입으로 비일상은 곧 자취를 감추었다.

 

퇴근하는 회사원과 하교하는 학생 사이에서 진혁은 자신이 일상인지 비일상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그리곤 이내 일상과 비일상의 어중간한 경계에서 살아야함을 직감했다. 그것이 조국을 떠난 이의 운명이리라 진혁은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향하는 전철이 도착했고 진혁은 그 속에 몸을 숨겼다. 전철은 누군가에겐 일상일지 모를 비일상을 지나 진혁의 일상으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차창너머 풍경이 영화 필름을 되감는 것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달리는 전철 속에서 진혁은 가마쿠라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는 상상을 했다. 하나하나 줍는 조개껍데기가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이라 생각하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