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을 가로질러 아버지의 도요타가 깊은 숲을 밝혔다.
내가 일곱살이 되는 생일날, 평소에 오후 여덟시만 되면 TV는 그만보고 잘 준비를 하라던 아버지가 아무말 없이 나를 차에 태웠다.
적막이 흐르는 차안에서 중앙인민방송이 떠들석하게 정체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도착한 곳은 아버지의 어선이 위치한 항구였다. 낮에 자주 놀러가서 아버지가 잡은 물고기를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다. 밤이라면 물고기도 잘 안보일텐데... 어린 마음에는 왜 이곳에 왔는지 궁금하기도 전에 그런 아쉬움만 가득했다.
밤바다는 고요하고 어두웠다. 깊은 바다를 바라보니 여차하면 바다에 빠져 영영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말 없이 배의 시동을 걸었다. 나는 허둥지둥 배에 올라탔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가 그냥 떠나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용한 밤바다가 어느새 시끄러운 엔진소리로 가득찼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채 배는 출발했다.
내가 큰 소리로 어디에 가는 건지 물었지만, 아버지는 들리지 않는 건지 대답하기 싫은 건지 아무 말도 없으셨다.
한참을 지나서였을까, 저멀리 휘황찬란한 상해의 모습이 보였다. 상해에서 조금 떨어진 어촌에 사는 우리는 특별한 일 없이는 상해의 대도시와 마주할 일이 없었다.
오늘은 무슨 고기를 잡으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배의 시동을 끄셨다. 무서운 마음이 들어 아버지 손을 꼬옥 잡았다. 아버지께서는 안심하라는듯 내 손을 살며시 끌고 갑판으로 나왔다.
그 날따라 파도가 조용해서, 갑작스레 펑하고 터지는 소리에 나는 전쟁이 난 줄 알았다.
그 순간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 별이 떨어진다며 방방 뛰는 나를 감싸고 아버지께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 얼굴을 슬쩍 쳐다봤지만, 어둠 속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별들이 아버지를 데려가지 않도록 아버지 품에 꼬옥 안겨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날 밤 꿈 속에서 수많은 별이 떨어졌다. 나중에 되어서야 그것이 불꽃놀이란걸 알았다.
그 날 이후 아버지는 어선을 팔았고, 나는 영문도 모른채 일본에 계신 친척의 양자로 들어갔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알기에는 나는 너무 어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건너건너 들을 수 있었다. 유년의 기억은 이미 바쁜 학교생활에 흩어졌고, 그렇게 아버지는 별이 되어 사라졌다.
대학생이 되어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날,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스미다강 불꽃놀이를 보러가는 길이었다.
복잡한 인파를 헤치고 강에 다다랐을 때, 펑하는 소리가 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순간 그 날 보았던 아버지의 어깨가 떠올랐다. 파도가 치지 않는 그 날, 아버지의 어깨만이 파도를 치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환호성 속에 숨어 도망치듯 회장을 빠져나와 눈물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나둘 터지는 불꽃소리가 가슴을 쿵쿵 내려쳤다.
모두가 불꽃을 향해 걸을 때, 나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 날의 난 일곱살 미아였다. 울며 아버지를 찾아 헤매던.
별이 강에 하나둘 떨어지던 그 날, 아버지는 내게 눈물이 되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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