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문학 전공자이다. 물론 간혹 어학은 실용학문이라면서 진짜 인문학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지만(정말이다. 면전에서 들은 가장 황당한 말 순위권에 속한다. 이러한 교조주의가 인문학의 고립을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면 나름 인문학도이다.
복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전공교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담당 전공 교수님께서 우리 학과 교수님이셨다. 그 분은 꽤나 인문학 신봉자셨는데, 스티브 잡스를 일례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나는 스티브 잡스로 시작하는 인문학 담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학문을 실용성을 기준으로 재단하는 시선 말이다. 필요하니까 인문학을 배우라는 그 말은 얼마나 인문학과 멀게 느껴지는지…
한때 역사학도를 꿈꾸었던 내가 제일 싫어한 말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흔히 단채 신재호의 말이라고 딱지가 붙는 이 말은 사실 처칠 등… 수많은 사람이 출처라고 여겨지는 문장이다. 이러한 점에서 역사를 강조하는 말임에도 아이러니하게 역사가 불분명한 말이다.
이 말에 담긴 뜻은 아래와 같다.
역사를 잊으면 미래가 어두우니 역사를 배워라.
그런데 굳이 역사를 필요성 때문에 배워야하는가?
나는 목적을 위해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학문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인문학이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아무도 인문학을 전공하려고 하지 않는다. 뜻이 있는 사람도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인지, 인문학계에서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자꾸 증명하려고 한다. 마치 인간의 존재 의의를 계속해서 찾아온 철학처럼 말이다.
그 교수님의 인문학은 너무나도 공허해서 인문학이 아니었다.
또한, 인문학에 경도된 사람들은 과학에 대한 반감이 지나치게 강하다. 오로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을 강조하며, 사실은 그런 것이 기계도 할 수 있고, 어쩌면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점에는 눈을 감는다. 그렇게 인문학은 또 고립된다.
인문학은 과학의 반대가 아니다. 인문과학이라는 말을 보면 알 수 있듯, 학문인 이상 과학의 범주에서 인간을 탐구하고 연구한다.
과학을 배척하고 맹목적으로 인간의 감성과 감정을 떠받드는 것은, 신앙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앙은, 만일 인공의식이 발생하여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모호해질 때 힘을 잃게 된다.
생각 없는 인문학이 늘어나고 있다. 생각 없는 인문학은 인문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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