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누군가를 찍는 것도, 제가 찍히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답을 찾은 거 같아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풍경 사진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그렇습니다. 자연, 도시, 하늘 그 모든 것이 주인입니다. 그런데 그 풍경에 사람을 담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름다운 풍경은 배경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풍경이 사람에 의해 가려지는 것은 물론이구요.
어쩌면 사람이라는 존재 또한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풍경과 하나가 된다면 찍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흔히 인증샷이라 부르는 종류, 또는 사람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셀카 등은 너무나도 배경과 이질적이고, 그 의도가 뻔히 드러나는 것 같아 찍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진 속 인물이 저를 쳐다보며 말을 건네오는 것 같아 피곤하기 그지없습니다.
살다보면 사람이 미워지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연이 미워지는 순간은 많지 않습니다. 극악무도한 악당이 고양이만은 사랑하는 것처럼, 저에게 풍경 사진이란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에서 벗어나, 사랑스러운 것을 그저 바라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가족여행을 가면 자주 남는 건 사진이라면서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을 요구받곤 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남아있고 내가 찍은 사진이 남아 있는데 다녀온 증거라는게 꼭 필요할까요? 기억으로 충분한 부분을 굳이 나라는 대상을 사진의 피사체로 삼으면서 증명하는 것은 그저 타인의 인정에 굶주린 현대인의 삶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은 저를 보지 마시고, 제가 보는 것을 같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나를 바라봐주는 것을 넘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순간 나의 범위는 그 사람까지 확장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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