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신주쿠보다 니시신주쿠를 좋아해요."
그렇게 말하던 그녀가 자취를 감춘 건 어제부터였다. 아니 어쩌면 그저께일지도 모른다.
카뮈 같은 말이지만, 그녀가 사라지고 난후 그는 정말 이방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녀를 찾기 위해 온 니시신주쿠, 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빌딩 숲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사이로 샐러리맨이 바쁘게 스쳐지나갔다.
결국 도청이 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쉬기로 했다. 그녀가 좋아했던 도청앞 중앙공원이었다. 까마귀 몇 마리가 애처로운듯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히가시신주쿠가 더 좋아져서 이곳을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니시신주쿠를 좋아한다는 그 이유 때문에 그녀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니시신주쿠보다 히가시신주쿠를 좋아하는 그녀를 상상하니 선듯 마음이 가지 않았다.
이유가 뭐였더라... 네온이 반짝반짝 빛나는 가부키초보다는 벤치가 있고 숲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청앞 중앙공원이 마음에 들어서...였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다. 마치 가부키초 네온사인처럼 말이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화려한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그녀의 모습에 압도당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면 자기와는 다른 분위기에 끌렸던 게 아닐까? 그는 어느쪽이냐하면 니시신주쿠 같은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부키초의 화려한 분위기를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에 끌렸던 건 분명하다.
어쩌면, 지금 열심히 니시신주쿠에서 그녀를 찾고 있는 건, 그녀가 니시신주쿠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녀를 찾는다면...
"아직도 니시신주쿠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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