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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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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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이 해변의 조개껍데기처럼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진혁이 에노시마에 온 것은 입대하기 전 마지막 여행으로 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 찾은 에노시마는 조금은 그대로였고, 조금은 바뀌었을테지만 진혁은 그 바뀐 부분을 눈치챌 수 없었다.

 

그야, 기억이 깨진 유리조각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더 이상 그 조각을 모아 온전한 기억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함 없는 건 그 때도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방문했다는 점이고, 달라진 건 그때와 달리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돈이 아까웠을지도 모르고, 그때는 헤어짐의 여행이었지만 지금은 재회의 여행이기 때문에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곳을 느껴보겠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어둠이 찾아온 에노시마는 햇빛과 함께 인적도 사라져갔다. 특별 요금을 더해 들어온 전망대는 노을을 찾아온 관광객과 커플들로 조금 북적였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망대는 진혁과 달, 둘만의 공간이 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 없었던 에노시마와 달리, 달만큼은 변함 없이 진혁을 비추고 있었다. 2층에 올라가니 진혁과 바다를 가로막는 유리창이 사라졌고, 거친 파도소리가 진혁의 귀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새들을 보며, 진혁은 자유로움과 동시에 너무나도 자유롭기에 방황하는 새들을 생각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자유를 추구하지만, 그런 강박 자체가 우리를 자유롭지 않게 만드는 건 아닐까. 세상 많은 것이 무언가를 목표로 할수록 오히려 목표에서 멀어지고 만다.

 

진혁은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며 혁명을 일으킨 독재자들 몇명을 머릿속에서 떠올렸고, 이내 지워버렸다.

 

걷잡을 수 없는 상념을 뒤로 하고, 진혁은 하나둘 조명이 들어온 정원을 지나쳐, 왔던 길을 내려왔다. 그 와중에 마음에 드는 엽서 몇장을 샀고, 5년 전과 달리 현금이 아닌 QR코드 결제로 가뿐히 계산을 마쳤다.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동전을 동정하면서 말이다.

 

후지사와 역으로 가는 노면전차에는 하교하는 학생들과 관광객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일상과 비일상이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바삐 역으로 옮겨졌고, 역에는 급격한 일상의 유입으로 비일상은 곧 자취를 감추었다.

 

퇴근하는 회사원과 하교하는 학생 사이에서 진혁은 자신이 일상인지 비일상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그리곤 이내 일상과 비일상의 어중간한 경계에서 살아야함을 직감했다. 그것이 조국을 떠난 이의 운명이리라 진혁은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향하는 전철이 도착했고 진혁은 그 속에 몸을 숨겼다. 전철은 누군가에겐 일상일지 모를 비일상을 지나 진혁의 일상으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차창너머 풍경이 영화 필름을 되감는 것처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달리는 전철 속에서 진혁은 가마쿠라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는 상상을 했다. 하나하나 줍는 조개껍데기가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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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신주쿠보다 니시신주쿠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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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신주쿠보다 니시신주쿠를 좋아해요."

 

그렇게 말하던 그녀가 자취를 감춘 건 어제부터였다. 아니 어쩌면 그저께일지도 모른다.

 

카뮈 같은 말이지만, 그녀가 사라지고 난후 그는 정말 이방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녀를 찾기 위해 온 니시신주쿠, 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빌딩 숲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사이로 샐러리맨이 바쁘게 스쳐지나갔다.

 

결국 도청이 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쉬기로 했다. 그녀가 좋아했던 도청앞 중앙공원이었다. 까마귀 몇 마리가 애처로운듯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히가시신주쿠가 더 좋아져서 이곳을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니시신주쿠를 좋아한다는 그 이유 때문에 그녀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니시신주쿠보다 히가시신주쿠를 좋아하는 그녀를 상상하니 선듯 마음이 가지 않았다.

 

이유가 뭐였더라... 네온이 반짝반짝 빛나는 가부키초보다는 벤치가 있고 숲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청앞 중앙공원이 마음에 들어서...였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다. 마치 가부키초 네온사인처럼 말이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화려한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그녀의 모습에 압도당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면 자기와는 다른 분위기에 끌렸던 게 아닐까? 그는 어느쪽이냐하면 니시신주쿠 같은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부키초의 화려한 분위기를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에 끌렸던 건 분명하다.

 

어쩌면, 지금 열심히 니시신주쿠에서 그녀를 찾고 있는 건, 그녀가 니시신주쿠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녀를 찾는다면...

 

"아직도 니시신주쿠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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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빵만한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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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소영의 그 말에 의심보다도 무슨 소원이 좋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으래? 그럼 우리도 눈 감고 건너볼까?"

 

"이 바보야 그냥 한 말이야. 정말 눈을 감고 건널 수 있을거라 생각한거야?"

 

"음... 레인보우브릿지를 지나가는 모노레일에서 눈을 감는 것도 괜찮으려나?"

 

"그러면 왠지 신이 화낼 거 같지 않아? 인생을 그렇게 대충 퉁치면 안돼!! 라면서"

 

"그래도 만약 소원을 빈다면 어떤 소원을 빌거야?"

 

"나는 대빵만한 만두"

 

"그게 뭐야 좀 더 소원다운 소원을 빌어야지"

 

"어차피, 너무 큰 소원을 빌면 신한테 버거울지도 몰라. 모노레일에서 눈을 감는다면 이 정도가 적당해"

 

"그럼 나는 대빵만한 타코야끼*로"

 

"뜨거워서 못 먹을걸"

 

"그건 만두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레인보우 브릿지에서 열심히 눈을 감고 있었다. 도쿄 앞바다에 커다란 만두와 타코야끼가 나타나길 빌면서...

 

*정확한 표기는 "다코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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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오다이바를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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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오다이바를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당산역으로 향하던 지영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 한마디였다.

 

“네? 오다이바요?”

 

보통 이런 식으로 되물어온다면 “일본 도쿄에 있는 오다이바요”라고 설명할법도 하지만, 그는 당연하다는듯이 “네, 오다이바요.”라며 담담히 답할 뿐이었다.

 

“아뇨, 오다이바는 가본 적이 없는데요 왜요? 이상한거면 사절할게요.”

 

지영의 의심가득한 눈초리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노을 지는 오다이바에 소중한 걸 놓고 왔거든요. 오다이바의 노을을 기억하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대꾸할 필요성을 못느낀 지영은 고개만 끄덕이곤 서둘러 당산역으로 향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지영이 뒤돌아보았을 때, 그는 여전히 사람들을 붙잡곤, 오다이바의 노을을 찾고 있었다.

 

“별의별 이상한 사람이 있네...”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플랫폼으로 향했다. 이번 열차를 놓치면 문산행 경의중앙선까지 놓칠 수 있다.

 

아슬아슬하게 2호선 열차에 몸을 실은 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마터면 지하철을 놓칠 뻔했다. 궁금해서 한 번만 더 물어봤더라면, 확실하게 다음 열차행이었다.

 

그렇게 당산을 떠난 열차가 한강을 지날 때, 지영은 차창너머로 수줍은 하늘을 발견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붉은 빛이 한강을 전염시키고 있었다. 오늘따라 지영에게는 묘한 붉음이었다.

 

그가 찾고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지영은 그가 잃어버렸을 오다이바에서의 추억을 상상했다.

 

연인과 같이 걷던 오다이바 해변... 넘처버린 파도에 젖어버린 양말...

 

어느 것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을 만한 추억은 아닌지라 지영의 궁금증은 깊어만 갔다.

 

어쩌면 그가 잃어버린 건 노을 그 자체였을까.

 

...내일은 당산역에 가볼까?

 

금요일 오후, 오다이바보다 조금 느리게 한강에서 태양이 붉은 빛을 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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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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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지 않아? 결국 작가가 그린 그림은 작가의 손이 아니라 여기 미술관에 오게 되는거... 그리고 그걸 영광으로 생각해 다들..."

 

"그러게... 어쩌면 미술관은 주인 곁을 떠난 작품들이 모이는 공동묘지 같은 곳이 아닐까? 그래서 미술관인거지, 미술 '관'."

 

종수는 조용히 작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작품이라면 미술관에 있고 싶을까? 언젠가 동물원처럼 미술관도 작품을 생각해서 풀어줘야한다는 발칙한 생각마저 들었다.

 

미술관을 떠난 작품은 어디로 가고 싶을까? 종수는 미술관에 갇힌 작품들이 꿈꾸는 곳을 서로 이야기하는 상상을 했다. 저 그림은 정물화니까 집 밖을 벗어나 넓은 세계를 만나고 싶을지도 몰라. 무제인 저 그림은 이름을 가지고 싶겠지. 작가 미상인 저 친구는 나는 내 주인을 안다며 입이 근질거릴지도...

 

그런 생각을 하니 풋하고 웃음이 절로 났다.

 

민주는 그저 그런 종수 모습을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조용했던 미술관이 작품들의 목소리로 북적거리는 공간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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